은실 편지지/좋은글감동글
여름나기 / 모은 최춘자
홍은실
2025. 6. 28. 07:51
여름나기
모은 최춘자
더운 바람 뿜는
선풍기 모터 위에
젖은 수건을 얹는다
잠시나마
찬바람 펄럭거려 땀이 식는다
폭염에 바스러질 듯
텃밭 고춧잎, 들깻잎
하릴없이 축 쳐졌다
누렇게 나자빠지는 법은 없다
해 지면 다시
잎잎이 시퍼렇다
불볕더위 여름날씨도
알고 보면 그럴싸한 본분
폭염을 즐기는 묘리라는 게 있으랴
진땀을 흘리고 나면
진국만 남으리라
생활이란
일엽편주로 출렁이는 일
가라앉을 듯 솟구치는 변주
진땀과 진국의 레이스
적막한 땡볕 속에
마른 풀내음 향긋하게 번진다
마른 수건을 물에 적셔
다시
선풍기 머리에 얹는다.
♥‥ 은실 편지지소스 ‥♥