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화상 / 월정 강대실
어릴 적 나는 허기가 지면 울 밖 넘봤다
열두 가족 구식 위해 여명 앞서 나가신
아버지, 거짓 없는 논밭 귀퉁이 족족 쫓아다니며
땅 벌이 만이 제일 배를 불린 줄 알았다
자라며 나는 도회 셋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
생금밭에서 캐어낸 장학금 토장국 끓으면
날마다 아버지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
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
결국 나는 아버지 날벼락에 변놀이꾼 되었다
한몫 거머쥘 욕심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
진 데 마른 데 온 사람과 별별 고락 나누다
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
가슴 따스운 사람, 꼿꼿이 서고 싶었다
어느덧,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
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보면, 왠지
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
올곧게 살시고자 발버둥친 그 모습 눈에 훤하다.
♥‥ 은실 편지지소스 ‥♥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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